원래 좋은게 좋은 거라고
기존 틀이나 규율 규범 같은거 불만이 있어도 별 불평 없이 잘 따르는 사람인데
결혼이라는 거야 말로 진짜 특별히 관심없고 튀고 싶지 않고
남들 하는 것처럼 하자고 생각했던 행사였다.
근데 막상 내가 결혼을 해보니까,
결혼 특히 결혼식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고
바꿀 수 있는게 있었다면 바꾸려는 노력이라도 해보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1. 결혼 준비 과정
- 제일 아쉬웠던 부분은 단연 비용
단 하루의 행사를 위해서 그 막대한 비용을 들인다는 게 나에게는 꽤나 낭비처럼 느껴졌지만
하지만 남들이 다 하는 걸 안하기도 싫었던 지라 나도 비용을 아끼려고 노력하진 않았다.
다만 불필요한 낭비는 하지 말자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나서 보니 조금 더 아낄 수도 있지 않았나 싶다.
- 그리고 뼈져리게 느낀 '정상가족'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결혼식 당일 아버지만 참석하는 내 결혼식 준비 과정에서
내가 가장 불편하게 느낀 건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게 전제가 '정상가족'이라는 점이었다.
이 부분에서 업체의 센스를 많이 느꼈는데,
한복집에서 혼주 한복을 계약할 때 끝까지 "어머니는 다른 곳에서 하세요? 저희한테서 같이 하세요~" 라면서
돌려서 말하는데도 못알아 듣고 결국 내 입에서 "신부측 여성 혼주 없어요"라는 말이 나와
시댁식구들까지 모두 있는 자리를 살얼음판으로 만들고 수습도 못해서 직원이 멋쩍게 웃으며 자리를 떠버렸다.
결혼식 날 양가 어머니가 화촉을 점화하고 신부가 아버지 손을 잡고 입장할 수 있는,
이렇게 완벽하게 양가 모두 정상가족인 집이 요즘 많이 있을까?
결혼연령이 늦어지면서 점차 자녀의 결혼식에 부모님 네분이 모두 참석하기 어려워질 것 같은데...
2. 결혼식 당일
- 결혼식이 과연 '신부'를 위한 행사가 맞나 ?
여자가 가장 대접받는 순간이 결혼할 때랑 임신 중일 때라고 하던데
나는 이번 결혼식에서 정말 불편했었다.
신부는 일단 신부대기실에 앉아있어야 하기 때문에
하객들이 누가 왔는지 하객이 신부대기실에 와서 인사해주지 않으면 알수가 없다.
결혼식을 끝까지 보지 않고 일찍 식사를 끝내고 돌아가는 하객도 꽤 많기 때문에
나는 내 결혼식에 누가 왔었는지 순전히 신랑의 기억과 방명록의 기록으로 확인해야하는데
나도 요즘 일부 신부님들이 하는 것처럼 신랑과 같이 내 하객을 직접 맞았어야 했다는 후회가 많이 들었다.
나는 결혼식에서 남들과 너무 다른 걸 해서 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 부분은 고려하지도 않았었는데
지나고 나서 보니 나는 그렇게 해야만 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후 시댁에 인사를 드리러 갔다가
남편이 시부모님께 직장 동료들과 대표님을 소개 시켜줬다는 말을 듣고 많은 생각에 빠졌다.
내심 남편이 센스있게 우리 아버지에게도 대표님을 소개 시켜줬길 바라서 (남편과 나는 같은 직장에서 근무중이다)
조심스럽게 돌려서 물어봤는데 본인도 본인의 하객들을 챙기기 바빠서 그렇게까지 신경써주진 못했더라...
남편에게 아쉬운 것도 사실이지만 더 본질적으로는 내가 스스로 그럴 기회가 없었다는게 끝끝내 맘에 걸렸다.
결혼식이라는게 신부를 돋보이게 하는 행사가 과연 맞나?
그렇게 새벽같이 일어나서 꾸미고 비싼 드레스를 입고 공주님처럼 앉아있다고 해서,
그게 과연 나를 돋보이게 하는게 맞는 건지.
내가 스스로 이뤄온 사회적인 관계나 성과 같은 거를 부모님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지금까지 저를 이렇게 귀하게 여겨주시고 키워주셔서 딸이 이렇게 사회적으로 성과를 내고 살아가고 있습니다"를
부모님에게 보여주는게 더 나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고 대접받는 길이었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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