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경력이 지금
물경력이 아닐까?
물경력이란 무엇인가.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자신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낀다면, 자신의 일이 물경력이 아닌지 진지하게 되돌아보고 이직을 준비하거나 관리자에게 업무분장을 요구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내가 하는 일이 물경력이라고 생각해서 이직을 굉장히 고민을 많이했었다.
내가 현재 직장에서 하고 있는 직무는 디자인이고 명함에도 '디자이너'라고 되어있다. 하지만 실상 디자인 일은 전체 업무의 10%가 되지 않고 마케터 일과 편집 일, 홈페이지 관리와 같은 행정실 업무는 물론 택배 정리나 청소 같은 잡일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사실 본인이 하는 일이 처음 입사할 때 들었던 업무내용과 다르다고 해서 그게 물경력이라고는 볼 수 없다.
이력서에 기입할 수 있는 한줄을 고민하기
사회초년생이라면 아직 이력서를 작성하는 일이 어려울 수 있다.
면허나 특수 자격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력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력사항'이다. 자기소개서를 대행해주는 사업이 있을 정도로 이력서의 자기소개서가 아주 중요히 여겨지지만 사실 굴지의 대기업이 아닌 이상 자기소개서가 아주 중요한 경우는 드물다. 자기소개서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경력직 이직이라면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경력사항' 이 될 수 밖에 없다.
우선 지금 이 글을 작성하는 필자는 현실적인 평균적으로 중소기업을 다니는 직장인 입장임을 이해해달라.
나는 첫 직장을 기획실 직원으로 시작했다.
사회생활의 기본기를 탄탄히 잘 다질 수 있는 좋은 회사였는데, 직원은 6명 밖에 되지 않았지만 해당 업계의 2~3등 정도를 다투는 실적이 뛰어난 기업이었다. 해당 업계의 규모가 크지 않아 사람들이 생소하게 여기는 분야였지만 해당 업계 최상위권 회사의 명성은 그냥 만들어진게 아님을 실감했다. 여기서 가장 많이 한 업무는 기획서/보고서 작성이었으나 이 직장에서 옆자리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눈대중으로 보고 배웠고, 경리 언니의 보고서 작성 노하우를 배웠으며, 관공서에 보고서를 제출하는 회사였기에 관공서 양식의 서류 작성법을 배웠다. 거래처 직원들의 마케팅을 보면서 마케팅 업무에도 관심을 두게 되었다.
두번째 직장은 인테리어 회사였다.
영업직이었는데, 이 직장에서 블로그 관리, 고객관리, 영업, CS, 발주, 경리 업무를 담당했다. 여기서 경험했던 블로그 업무가 나중에 내 직무를 마케팅으로 확정짖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다섯번째 직장은 드디어 병원 행정실이었다.
여기서 병원 행정실 소속으로 일을 하다 추후 마케팅팀으로 소속이 옮겨졌고, 블로그 관리, 홈페이지 관리, 바이럴 마케팅, 병원 이벤트 기획 및 관리, 그리고 디자인 실무를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다섯번의 직장을 다니면서 첫번째 직장을 제외하면 나머지 모든 경력은 물경력이라고 생각하며 항상 이직을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첫번째 직장을 다닐 당시에는 그 직장조차도 해당 업종에 계속 남아있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기에 첫직장을 잘 못 선택했다는 생각을 스스로 계속 하며 매일매일 억지로 출근을 했었다.
그런데 돌아보니, 전부 괜찮은 경력이었다. 이력서는 꾸미기 나름이다.
이력서를 꾸미자,
진실을 베이스로 한 소설을 쓰기
내 이력서는 첫번째 직장의 경력부터 현 직장의 경력까지 모두 마케팅 직무 위주로 꾸려져있다.
실질적으로 내가 마케팅 업무를 하게 된것은 네번째 직장부터이지만, 첫번째 직장에서도 마케팅 관련하여 작성할만한 경력은 분명히 있었다. 심지어 내가 현 직장에 디자이너로 취업한것 역시, 물경력이라고 생각했던 다섯번째 직장이었던 병원에서의, 전문적이지 않은 내 담당이 아닌 일을 한 경험 덕이었다.
내가 직접 한 일은 아니더라도 내가 그것을 해낼 자신이 있으면 자신의 경력으로 쓰자.
단 너무 허위사실을 기재해서는 안된다. 참여한 적도 없는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던가 참여했다던가의 거짓은 좋지 않다. 하지만 자신이 참여한 적이 있는 해당프로젝트에서 한 일이 서류 정리밖에 없더라도 그 정도 프로젝트를 어느정도 꾸려갈 자신이 있다면 '참여'라고 당당히 쓸 수는 있다.
나는 대략 나의 이력서 경력을 이렇게 꾸몄다.
1. (주)XXXXX
- 관공서에 제출하는 기획서/보고서를 작성했던 경험을 어필, 해당 회사가 업계 2~3위임을 강조
=> 네이버에 검색하면 업계 2~3위 정도 됨을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주식회사(주)이기 때문에 상세하게 살펴보지 않으면 회사규모까진 파악하기 힘들어서 이직하는 내내 나의 가장 좋은 경력중에 하나였다.
2. XXXX ((주)XXX의 브랜드) <-실제 이런식으로 썼다. 브랜드 이름만 들어선 아예 뭐 하는 회사인지 알수가 없어...
- 영업직으로 실제 낸 실적을 어필, 실제 근무했던 생소한 계열사 브랜드 이름 대신 모기업을 언급
=> 실적이 좋지 못한 근무브랜드 대신 인지도가 있는 본사의 이름을 면접시 반드시 말했다. 내 경력중 가장 물경력이고 마케팅 직무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으나 영업직으로써 나쁘지 않은 실적을 낸 것을 어필했다. 사실 인테리어/가구 브랜드 특성상 1건 계약시에도 매출액이 큰 편이었기 때문에 내 성과가 크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5. XXX병원
- 해당 업계 1위 대형병원 4년 근무 경력을 강조
=> 다녔던 회사 이름 자체가 경력이 되어준 케이스이다. 사실 다니면서 물경력은 아닐까 고민했던 직장인데 현재 직장을 다니면서 이 병원을 근무했던 경력만으로 병의원 계열의 이직은 크게 무리 없을 수 있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재 지금 의원에 입사하기 전 병의원 면접을 4군데 봤고 모두 합격 했었다. 하지만 많은 분들도 알다시피 병원 행정실이 엄청 전문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을 뽑는 자리가 아니다. 해당 업계 1위라 대단해보이지만 삼성같은 기업과는 비교 자체가 되는 중소기업이었다.
이직을 고민하고 있지만
조금만 더 현재 자리에서 열심히 해보기로
최근 회사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퇴사를 결심하고 대표원장님께 퇴사의사를 전달했다.
사실 지금 다니는 곳도 규모가 작지 않고 복지가 좋은 편이라 근무는 만족 스러웠는데, 포지션이 굉장히 애매하고 개업 3년차라 체계가 부족해서 스스로의 위치가 좋지 못하다고 느꼈었다. 사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표현에 어느정도 동의를 하는게, 내가 하는 업무가 잡무가 주의다 보니 결국 사람들도 내가 회사에서 잡무나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박혀있는게 아닐까 하는 고민이 컸다.
내 퇴사 사유를 들은 대표님께서 고민 끝에 보다 전문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업무분장을 새로 해주시기로 결정하신 덕에 나는 나를 위해 그 정도 진지한 고민을 해주신 대표님을 조금 더 믿어보고 현재 자리에서 열심히 해보기로 결정했다.
나는 이직할 때 지금 직장의 이력서를 어떻게 꾸밀 수 있을까. 이직이 고민될 때는 지금까지 내가 해온 일을 이력서에 어떻게 꾸며넣을 수 있을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앞으로 내가 새롭게 적어넣을 내용이 남아있을 것 같다면 이직은 좀 더 고민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전에 일했던 직장에서 실장에 내게 해준말이 기억에 남는다.
"자기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이면 남이 한 일도 내가 한 일처럼 이력서에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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