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8개월만에 개인명함이 생겼다.
병원에서 일하면 '주임' 정도만 되어도 꽤 높은 직함인데,
일반적인 기업에서 내 나이면 보통 '대리'를 단다.
개인적으로 명함이 나올 때 직함을 '대리'로 넣어주셨으면 했으나,
(다른 병원도 그렇겠지만 직함없이 호칭은 그냥 ○○쌤으로 불렸었다)
최종적으로 결정된 내 명함의 직함은 '디자이너'.
하지만 디자인 업무는 5%정도, 마케팅 업무가 50%정도, 45%정도는 행정업무를 한다.
의료와 관련되지 않지만 병원에 꼭 필요한 일들을 자주하게 되는데,
거래처에서 내 직함을 물어보거나 어떻게 불러야하냐고 물어보면 서로 난처해진다.
나는 그냥 '대리'라고 불러달라고 말하고,
내 상관은 나를 거래처에 소개할 때 '주임'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디자이너'라고 말하기도 하고.
오늘 새로 입사한 직원이 나에게 직함이 '실장'이 맞냐고 물었다.
나는 그냥 내가 평사원이니 편하게 ○○쌤으로 불러달라고 말했다.
그분이 보기엔 내가 실장처럼 일하는 것 같았나 싶어서 잠깐 뿌듯하기도 했다.
최근에 입사하신 분들은 내가 인사나 원무 담당 직원이라고 생각하는지,
재직증명서를 비롯한 각종 서류발급을 요청하기도 하는 일이 꽤 많다.
로컬의원에서 사무업무를 보는 유일한 직원이다보니 업무의 전문성이 꽤 떨어진다.
스스로도 내 포지션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은 요즘이다.
나는 대체되기 꽤 쉬운 포지션이고,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겨질만한 포지션도 아니다.
보통 로컬의원에서 디자인이 필요한 업무가 많지 않은 편인데다가
행정실 직원을 별도로 두는 경우도 매우 드물기 때문인데,
자신의 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다가올 연봉협상 시기와 맞물려서
요즘 나를 계속 심란하게 만드는 것 같다.
병원 인하우스 디자이너 T/O도 많지 않은 편이고.
수많은 갈림길에서 어떤 방향을 선택하는게 현명할 것인가 고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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